군산월명야구장. 사진=공공누리

군산은 근대유산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야구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간직해온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명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국 규모의 야구대회를 창설해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산 야구의 시작은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리엄 전킨 선교사가 군산에 정착하며 야구를 비롯한 서양 스포츠를 보급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 후 군산은 야구 명문 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1972년 제26회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군산 야구사를 빛낸 상징적인 경기다. 당시 군산상고는 부산고에 1-4로 뒤지던 9회 말, 4점을 극적으로 득점하며 5-4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대한민국 고교야구의 역사를 바꾼 명승부로 평가받으며, 군산에 ‘역전의 명수’라는 별칭을 안겨주었다. 이때부터 군산은 야구의 도시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됐다.

그러나 지금 군산 야구의 위상은 과거와 달리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낙후된 야구 인프라와 시설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야구 동호회를 비롯해 38개 동호회, 1000여 명의 시민 야구인들이 활동하며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군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매년 열리는 새만금 마라톤 대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국제 마라톤대회라는 명목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선수들을 초청하며 항공료와 숙박비 등 약 1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시민들의 호응은 미미하다. 대회 코스가 시내 중심지를 지나 매년 교통 통제를 초래하는 점도 불편을 가중시킨다.

시민들은 “인기 없는 새만금 마라톤을 철회하고 그 예산을 전국 고교야구대회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용일배’ 또는 ‘새만금배’ 같은 대회를 창설해 군산의 야구 위상을 되살리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군산은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도시다. 이제는 다시금 그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전국 규모의 야구대회 창설은 군산 야구 부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군산이 ‘역전의 명수’라는 이름에 걸맞은 야구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