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와 소곡주로 이름난 충남 서천군 한산마을이 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시범지역이었던 이곳엔 한산 모시 전시관과 체험장들이 있어, 조상의 맥을 이으려는 노력들이 숨어 있다. 좀더 가면 신성리 갈대밭과 가까운 곳에 폐교(연봉초교)가 된 자리에 ‘갈숲마을’이란 상업적 공간이 있었던 흔적이 있다. 지금은 굳게 닫힌 문과 버려지듯 서 있는 3그루 플라타너스가 지나가는 이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는다.

50년 이상은 됐을 것 같은 이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원래 이파리가 넓고 무성하게 잘 자라는게 특징이며, 가을에는 큰 방울 같은 열매가 달려 ‘방울나무’라고도 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벌레와 해충들이 갉아 먹었는지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이파리가 대부분이다. 갈색빛 잎사귀는 작은 알갱이를 걸어내는 채처럼 아주 잔줄기만 남겨 놓았다. 몇장의 녹색 잎사귀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갈색무늬 구멍병이 아닌가 싶다. 이 병에 걸리면 8, 9월 단풍이 들기전 다 떨어져 버리고 만다.

이곳을 지나던 한 중년 부부는 “아름드리 나무였을 저 플라타너스들에게도 요즘 많이 키우는 반려견 만큼 관심 갖고 보살펴 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